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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보호하는 무의식적 방법 : 자기방어기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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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익명 댓글 0건 조회 707회 작성일 22-10-21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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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왜 이렇게 방어적이니?"라고 말하는 경우, 경계하는 태도를 보인다는 부정적 의미로 쓰인다. 그러나 프로이트가 말한 방어(defense)란 나쁜 의미만은 아니다. 스스로 무너지지 않고 많이 아프지 않기 위한 최선의 노력이다.

무의식의 공격적인 충동이나 성적인 내용이 의식으로 올라오면, 의식은 견디기 어렵다. 누가 나를 무시하면 화가 울컥 치밀어 오르면서 복수해야겠다는 걷잡을 수 없는 충동을 느낀다. 마침 손에 잡히는 것이 칼이라면 삽시간에 위험한 일이 벌어지지 않을까? 행동으로 옮길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 아니더라도 실수를 저지른 후에 큰 벌을 받아 자신이 산산이 부서질 것 같은 공포를 느끼기도 한다. 엄마가 아침에 학교에서 재학 증명서를 떼 오라고 했는데 잊어버리고 왔다면, 그냥 넘어갈 수도 있고 내일 해도 된다. 조금 혼나고 넘어갈 일이다. 그런데 사람에 따라서는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었으며 심한 벌을 받으리라는 공포가 엄습할 수도 있다. 이렇듯 일상적인 일마다 죄의식을 느끼면 살기 힘들다. 프로이트는 이런 끔찍한 충동이나 죄의식을 의식하지 않고 지낼 수 있게끔 방어 기제(defense mechanism)가 작용한다고 보았다.

 

자아는 본능에서 솟아오르는 충동이나 초자아에서 작용하는 죄의식을 감지한다. 뭔가 움직임이 있을 때 신호 불안1)이 발생하고, 불안의 신호에 따라 자아는 적당한 방어 기제를 끌어들여 충동과 죄의식을 인식하지 않게 막는다. 그 덕분에 마음속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신경 쓰지 않고 일상생활을 할 수 있다.

프로이트의 딸로 그 역시 저명한 정신 분석학자가 된 안나 프로이트(Anna Freud)2)는 방어 기제를 더욱 깊이 연구했다.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방어 기제는 대부분 안나 프로이트가 정리한 것이다. 미국의 정신과 의사인 베일런트(George Vaillant)는 방어 기제에도 급수가 있다고 했다. 그는 20대 초반의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주로 사용하는 방어 기제를 조사했고, 수십 년에 걸쳐 그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몇 년마다 관찰했다. 그 결과를 토대로 그는 『성공적인 삶의 심리학(Adaptation to Life)』이라는 책을 냈는데, 미성숙한 방어, 신경증적 방어, 성숙한 방어로 크게 나누어 볼 수 있다고 했다.

미성숙한 방어는 자아의 기능이 약하거나 퇴행이 심할 때 작동하는 데 반해, 성숙한 방어는 정상적이고 건강한 사람들이 흔히 사용하는 방어 기제다.

이렇듯 방어가 병리 현상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 인간은 어떻게든 평상심을 유지하려 애써 노력하며, 그 과정에서 방어 기제가 작동한다. 다만 건강하지 못한 방어 기제를 주로 사용하는 경우, 무의식의 충동이 의식 표면으로 올라오는 것은 막을 수는 있겠지만 다양한 증상으로 변형되어 표현된다. 갈등을 겪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 미성숙하거나 신경증적인 방어 기제를 주로 동원하면, 다양한 증상으로 표현되거나 대인 관계에서 심각한 갈등이나 충돌이 발생하는 것이다.

방어 기제를 잘 이해하면 상대방이 주로 어떤 방어 기제를 사용하는지 파악하게 된다. 평상시에도 미숙하고 신경증적인 방어 기제를 사용하는 사람도 있지만, 보통 때에는 별문제 없이 지내다가도 스트레스가 심하거나 힘든 상황에 처하면 미성숙한 방어 기제를 사용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래서 방어 기제의 사용법을 잘 파악하면 한 사람의 성격과 스트레스에 대한 대응 방법을 이해할 수 있다. 한 사람의 성격은 "그가 주로 사용하는 방어 기제 레퍼토리의 총합이다"라고 하는 이유다.

방어 기제를 사용하지 않는 사람은 없으며, 누구나 매일 다양한 방어 기제를 사용하면서 살아간다. 방어 기제 덕분에 불안해하거나 울컥 치밀어 오르거나 걷잡을 수 없이 화내지 않고 지낼 수 있다. 혹은 평소에 사용하는 방어 기제가 자신의 현재를 나타내기도 한다. 평소와 다른 방어 기제를 사용한다는 것은 그만큼 무의식의 차원에서 평상시의 방식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표현일 수도 있다. 그러므로 방어 기제를 잘 파악하고 평가하는 능력은 한 사람의 총체를 파악하고 행동을 예측하는 데 도움이 된다.


미성숙한 방어 기제

부정(denial)

현실에서 고통을 인식하지 않기 위해 처음부터 그런 사건이 없었다는 듯이 여기고 부정하려는 노력이다. 부정은 무의식적으로 작동하는 것이기 때문에 거짓말과는 다르다. 거짓말은 진실을 알면서도 인정하기가 두렵거나 싫어서 사실이 아닌 것을 말하거나 아닌 척하는 행동이다. 그러나 부정은 스스로 인식하지 못한다.

철수는 숙제를 하지 않았는데 3시까지 학원에 가야 한다. 학원에 가면 숙제를 안 했다고 혼날 뿐만 아니라, 선생님이 어머니에게 전화해서 그동안 몇 번이나 숙제를 안 했는지 이야기할 것이 분명하다. 눈앞에 PC방이 보이자, PC방에서 잠시 게임을 하면 기분이 좋아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임에 빠져 있다가 정신을 차려 보니 어느새 4시였다.

철수의 자아는 자신에게 닥친 상황을 부정하고, 이로 인해 생길 현실적인 문제를 인식하는 것이 두려워서 부정이라는 방어 기제를 사용한 셈이다.

투사(projection)

불쾌하고 받아들이거나 감당할 수 없는 충동을 내부에 담아 두지 않고, 그것이 외부에 있는 양 인식하고 반응하는 것이다. 가장 흔하게는 어떤 일의 원인을 다른 사람의 탓으로 여기는 식이다.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거나 현실을 받아들이지 않고, 자신이 아닌 타인 때문에 생긴 일이라고 주장하거나, 주변 환경에 의해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 결과, 자신은 그 일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고 무죄라고 인식하면서 죄의식에서 자유로워진다.

엄마 손을 놓고 뛰어가던 5세 남자아이가 돌부리에 걸려 넘어져서 무릎을 다쳤다. 엉엉 우는 아이를 엄마가 일으켜 세우자, 아이는 다짜고짜 엄마에게 화를 낸다.

"엄마 때문이야, 엄마가 내 손을 놓지 않았으면 내가 넘어지지 않았을 것 아니야!"

이것이 전형적인 투사다.

행동화(acting out)

무의식적 충동이나 소망을 행동으로 표현함으로써 그와 연관된 감정을 느끼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다. 대개 사람은 마음의 충동이나 소망을 억제한다. 그런데 그 과정이 불편하고 힘들 수 있다. 그런 사람은 억제하지 않고 바로 행동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화가 나면 참거나 말로 표현하지 않고, 주먹으로 벽을 치거나 상대방을 때린다. 그렇지만 왜 화가 났고 때리는지는 설명하지 못한다. 그것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환상이나 충동에 얽힌 감정을 의식에서 인식하지 않기 위해 행동으로 옮겼기 때문이다.

건강 염려증(hypochondriasis)

타인과의 관계에서 이득을 얻거나 퇴행하기 위해서, 사소한 신체적 불편함을 심한 병의 증상이라고 여기며 신체 질환을 지나치게 걱정하는 것이다. 대인관계에서 누군가를 잃을 위험에 처해 있거나, 외로움을 심하게 느끼거나, 타인에 대해 무의식적으로 공격하려는 충동이 강하게 솟아오를 때, 이러한 감정이 너무 강해서 견디기 어려운데도 직접 표현할 수 없기 때문에 발생한다.

이 경우 아프다고 호소하거나 병이 있거나 감각이 이상하다고 걱정하는 형태로 변형되어 표현되며, 기분 좋지 않은 상태가 유지된다. 이 증상은 아픈 사람에게서만 드러나지는 않으며, 일시적으로도 발생할 수 있다.

시험을 앞두고 긴장해서 소화가 잘 안 되던 철수는 심한 위궤양이나 위암에 걸렸다며 걱정했다.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고 이상이 없다는 것을 확인했지만, 병원에서 오진했으리라고 의심하고 인터넷으로 다른 질병을 검색했다. 그러더니 간이 안 좋아도 그럴 수 있다며, 복부초음파를 받고 싶다고 부모와 의사를 졸랐다.

이렇듯 건강이 좋지 않아서 부모의 관심을 받으면서, 당면한 시험은 부차적인 문제가 되었다. "공부가 중요한 게 아니야, 건강하게만 자라다오"라는 부모의 말은 철수에게 큰 위안이 되었다.

철수가 당장 괴로운 마음의 갈등을 피하는 것이 '1차 이득'이라고 한다면, 건강 염려증으로 인해 시험공부를 안 해도 되고 시험 결과가 나빠도 부모에게 혼이 나지 않는 것은 '2차 이득'인 셈이다. 철수는 이 상황을 통해 내적·외적 이득을 동시에 얻었다. 이런 일에 한 번 성공하면 힘들 때마다 버릇같이 건강 염려증이 튀어나와서 병원을 찾는 악순환에 빠지기도 한다.

퇴행(regression)

현재 맞닥뜨린 갈등이나 긴장을 피하기 위해 과거의 발달 단계 수준으로 되돌아가는 것을 말한다. 사람은 자라면서 서서히 기능이 발달한다. 그런데 새로운 기능을 익히는 것은 힘들고, 숙달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이에 반해 충분히 숙달된 기능은 쉽게 해낼 수 있다. 그래서 힘든 상황에 맞닥뜨리거나 긴장을 풀고 싶으면 과거의 발달 단계로 일시적으로 퇴행하는데, 숨통을 트고 숨을 고르면서 에너지를 재충전하는 순기능도 있다.

5세 아이에게 동생이 생겨서 사람들의 관심이 모두 동생에게 쏠렸다. 그러자 아이는 잘 가리던 대소변을 가리지 못해 이불에 지도를 그렸고, 3세 아이처럼 말하기 시작했다. 전처럼 사랑받지 못하자 스트레스를 받은 아이가 더 어린 시기의 발달 단계로 일시적으로 퇴행한 것이다.

어른이 되어서 삶에 지쳐도 퇴행할 수 있다. 40세 아저씨들의 고등학교 동창 모임에서, 모두 사회적으로 지위가 있는데도 어느새 10대 후반으로 돌아가서 어릴 때의 별명을 부르거나 유치한 농담을 하면서 왁자지껄 떠들었다. 모임이 끝나자 오랜만에 사회생활의 스트레스가 풀렸다며 즐거워했다. 퇴행한 상태에서는 어른으로서의 사회적 책임이나 체면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수동 공격적 행동(passive-aggressive behavior)

내면의 공격성을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못하고, 오히려 수동적으로 복종하거나 피학적인 태도를 취하여 무의식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원하지 않는 일을 해야 할 때 하지 않겠다고 말하거나 강요하는 상대에게 직접 저항하기보다는, 겉으로는 복종하는 것 같아도 시킨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거나 실패하고 일을 드러나지 않게 미루거나 지연시킨다. 복종적인 듯 보여도, 사실은 공격성을 표현하는 행동이다.

수능 시험을 앞두고 원하지 않는 학과에 진학하기를 바라는 부모에게 저항하지 못하는 학생이 있다고 하자. 부모가 원하는 과에 지원하기로 하지만, 어이없게 시험을 못 보거나 실수해서 계속 시험에 떨어진다. "제가 원하는 공부를 하고 싶어요"라고 저항하지는 않았지만, 결국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실패를 거듭하여 자기 의사를 표현하는 셈이다.

신체화(somatization)

무의식의 갈등이나 욕망이 정신적인 내용을 담고 의식으로 올라오지 않고 신체 증상으로 표현되는 것이다. 대개 이유 없이 몸이 아프다고 호소하곤 한다. 심리적 상태를 말로 표현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어린아이가 정서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때 흔히 신체화로 정서적 불편함을 표현한다. 아직 심리 발달이 성숙하지 않은 초등학생이나 10대는 스트레스에 대한 표현이 신체화 증상으로 드러날 수 있다.

이혼을 고려할 정도로 갈등이 심한 부모 밑에서 자라는 10대 초반의 아들이 이유 없이 머리가 아프다며 조퇴를 반복하는데 검사해도 별다른 이유가 없는 것이 전형적인 신체화다. 건강 염려증과는 달리 심한 병에 걸렸다고 걱정하지는 않으며, 신체 증상에 대한 통증과 불편함만을 호소한다.

성숙한 방어 기제

이타주의(altruism)

본능적인 욕구 충족을 타인을 돕는 일로 대신하는 행동으로 이타적 포기라는 말도 있는데, 이는 자신이 직접 욕구를 충족하는 대신 다른 사람이 충족할 수 있도록 도와서 대리 만족을 느끼는 것이다. 가족을 위해 자신의 즐거움을 모두 희생하는 어머니라든가, 월급의 일부를 쪼개서 구호 단체에 기부하는 것도 이타주의의 예다.

금욕주의(asceticism)

현실에서 경험할 수 있는 욕망의 충족과 쾌락을 없애고, 금욕을 통해 만족을 얻는 태도다. 도덕적인 면이 강하게 작용한다. 놀고 싶고 갖고 싶은 것도 많지만, 대학 진학을 위해 모두 포기하고 공부만 하는 것도 금욕주의적 행동이다.

유머(humor)

불쾌하고 기분 나쁘거나 공격적인 충동이 생겨도 농담으로 방어하는 것이다. 그 덕분에 불쾌한 감정을 견딜 수 있고, 공격적인 행동을 하지 않고도 넘어간다.

식당에서 주문한 것보다 훨씬 많은 돈이 나와서 아버지가 얼떨결에 카드로 계산했다. 집에 돌아와 꼼꼼히 확인해 보고는 환불을 받으려 했다. 그런데 사장은 실수를 인정하지 않고 아버지가 잘못 주문한 것이라며 발뺌했다. 아버지는 화를 낼 수도 있었지만 "나이는 들었지만 아직 치매는 아니라오"라고 농담하며 오히려 가족들을 달래는 경우에 해당한다.

승화(sublimation)

사회적으로 용인되거나 바람직한 목적을 추구하여 무의식적인 욕망을 충족하는 행동으로, 본능적인 에너지가 가로막히거나 분산되지 않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배출된다. 공격적인 충동이 강한 사람이 의대에 들어가서 외과 의사가 되는 것도 승화의 일종으로 본다.

억제(suppression)

의식 차원에서 느껴지는 충동과 갈등을 의식 혹은 전의식 차원에서 축소하거나 조절하는 것이다. 불편함을 느끼기는 하지만 압도당하지 않고 최소한을 경험하는 선에서 제어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나를 보호하는 무의식적 방법 - 방어 기제 (청소년을 위한 정신의학 에세이, 2012. 6. 30., 하지현, 신동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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