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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돌이끼 댓글 4건 조회 195회 작성일 19-09-08 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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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이 되어 할머니가 성당 미사를 보러가실 때를 위해

나는 일찍 일어나 외출용 코고무신을 하얗게 빨아두었다.

샘가에 쪼그리고 앉아 먼저 신발에 비누칠을 해서 불려

두었다가 구석구석 문질러 빨고 코주변에  먼지로 찌든 곳까지

깨끗하게 윤이 나도록 씻어서 담장 기와에 뒤집어 널어 두면

금방 말랐다.


성당에서 신도들에게 나눠준 짙은 청색 가방 안에는 미사보가 든

작은 주머니와 손수건, 가톨릭 성가책 그리고 묵주가 들어 있었는데

미사보와 손수건을 깨끗하게 빨아 개어 넣어두는 것도 내 일이었다.

시켜서 하는 일이라기 보다는 할머니를 잘 따르면서 자란 결과로서

성당갈 시간이 되어 디딤돌 위에 깨끗한 고무신을 가지런히 올려 두고

기다리는 기쁨을 이미 그 때 알았던 것 같다.


코고무신을 잘 빤다는 것은 동네에 소문이 나서 나는 오미터 떨어진

이웃집에 초빙되어 갔는데 그 댁에는 나보다 세 살 많은 언니가 이미

있었다. 그 딸래미가 빨면 되는 신발을 왜 내가 빨았냐면 흰 고무신

씻어주면 자두를 준다는 소리에 그냥 홀랑 넘어가서 그 집 딸은 구경을

하고 나는 고사리 손으로 고무신을 빨았다. 중풍에서 회복해서 거동을

하던 아지매는 내가 빨아야 고무신이 지대로 깨끗하다면서 옆에서 

노동요나 랩을 읊었다. 


우리 집에는 자두 나무가 없었다. 그 댁에는 수돗가에  그늘이 

큰 자두나무가 있었는데 오며 가며 먹고 싶을 때 따먹어도 된다는 허락을

받았지만 직접 쥐어 주기 전까지는 먹지를 않았다. 노랗게 익어가는

자두 때문에 시작한 일이지만 코고무신을 제일 잘 빤다는 그 칭찬 때문에

여름이 되면 자두 나무 아래 수돗가에서 기억에 남을 만큼 오래 고무신을

빨았다, 아버지에게 들키기 전까지.


아버지에게 들키고 나서 아버지는 담장 밖 오가피 나무 옆에 자두나무를 

심었다.




추천5

댓글목록

best 행님아 작성일

대하 소설을 읽는 듯^^

좋아요 1
best 방글이 작성일

ㅎㅎㅎㅎ
자두나무 심어주실만 하네요 ^^
아버지가 얼마나 가슴이 아프셨을까.......

좋아요 1
방글이 작성일

ㅎㅎㅎㅎ
자두나무 심어주실만 하네요 ^^
아버지가 얼마나 가슴이 아프셨을까.......

좋아요 1
돌이끼 작성일

아버지가 아주
예뻐하셨어요,
엄하셔도 아주 이뻐하셨어요 !

좋아요 0
행님아 작성일

대하 소설을 읽는 듯^^

좋아요 1
돌이끼 작성일

사고 많이 치고
다녔어요. ㅋ

좋아요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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