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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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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판 댓글 3건 조회 1,209회 작성일 19-08-06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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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절망을 혼자 떠안았던 내20대의 어떤 황량했던 겨울날

난 지방에 있는 친척집으로 스며들었다.

집앞에는 큰공장을 짖는 공사장이 있었고, 난 거기서 노가다를 하게 됬다.

일명 목수데모도..

커다란 합판을 들고 먼곳까지 나르는 일이 기억난다.

드센 겨울바람이 불면 넓은 합판이 날개가 되어 몸이 붕 뜬채 날라가는 듯 했다.

합판을 필사적으로 잡아야만 했다.

너무 넓은 합판이라 떨어진 합판을 혼자선 들쳐멜수가 없어서이다.


밤이면 서울에 두고온 여친에게 편지를 썼다.

일단 작정을 했다.

감성을 배제한 하드보일드 터치의 연서문학장르를 완성시키겠다고 말이다.

달달해야할 연서와 하드보일드와의 그 모순된 접목..

이 어려운 숙제를 하려는 내가 자랑스러웠다.


내눈엔 핏발이 섰고 내문장은 건조하고 비정했다.

공사현장과 노가다들 모두가 내 감정이 배제된, 하드보일드 스타일로 묘사된 새로운 세계로 재창조 되었다.

흥분됬다.

나의 우울을 딛고 난 드디어 새로운 연서문학 장르를 탄생시키는구나.

심혈을 기울여 쓴 연서를 보냈다


내 연서문학의 팬이 그녀 한명뿐이라는게 억울할 정도였다.

그녀너머의 독자층을 생각하는 나에게 그녀의 답장은 별의미가 없다 생각했었지만,

답장을 받아보니 무지 큰 의미였다는 걸 깨달았다



그녀의 답장은,

하드보일드터치뉴웨이브포스트모더니즘연서문학 장르라고 흥분되서 보낸 나의 연서를

그대로 보내준 것이였다


난 다시금 우울과 절망모드에 빠졌다.

다음날, 학교로 가는 친척아이에게 문방구가서 이쁜 편지지하구 이쁜봉투를 사달라고 부탁했다

이상, 내 연서문학이 다시금 퇴보하는 그런 슬픈 기억이였다




추천2

댓글목록

해당화가곱게핀 작성일

추드렸습니다~
이쁜편지지와 봉투에는
어떤 연서가 들어 있었나요?^^

좋아요 0
행님아 작성일

하드보일드터치뉴웨이브포스트모더니즘연서문학

하! 기네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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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의 눈팅이1 작성일

저는 연서가 이름인줄 알았심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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