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막 야한달(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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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모 달이 주막등을 걸러 나오니
하나둘 날리던 눈발이 어느새
목화송이처럼 커지고 있었다
''을씨년 스럽구만 손님이
들랑가 모르겠네''
자고로 궂은 날 술빨 받는 날
이것만 못 마셔도 고 하던
인간들은 하마 다 저세상으로
갔는지 요새는 궂은 날 장사
공치는 날이다
이런들 저런들 문을 안 닫는게
장사꾼의 사는 법이란걸 명심하며
주모 달은 물 가득 채운
솥단지를 연탄불에 올렸다
손님은 들지않고
새삼스레 처량해진 주모는
손님에게 팔을 막걸리를 저홀로
홀짝이고 있었다
지부지처가 무르익을 쯤
그니까 취기가 오를 쯤
삐그덕 문짝을 열고 한손에
땅콩 자루를 든 늙수레 남정네
손님이 들어왔다
"주모 막글리 한됫박 주랑게"
"네 네"
주모 달은 취기를 후딱 날려보내고
잽싸게 무짠지 한보시기와
막걸리를 내 왔다
막글리 한됫박이라도 더 팔아보자고 슬며시 마주앉아 잔을 채워주며
입에 발린 말을 붙였다
"이런 날은 마나님과 주거니 받거니 한잔 하시지 않고 왜 혼술을 하세요"
남자는 감떫은 표정으로
"울 마누라는 술은 돼지고기에
붓는거로 안당게요 커피만 먹을줄
안게 예술가여 예술가"
"무슨 예술을 하시는데요?"
남자가 이번에는 소태 씨븐
표정으로
"뒷통수 셀카 전문이지라
기가막히게 찍는당게"
"오모낫 세상에 너머 욱겨요"
주모 달은 깔깔거리며 박수를
치고 웃었다
따라 웃는 남자의 헛웃음이
무척 쓸쓸해 보였다
손님은 더 이상 들지않고
한됫박이 두 됫박 되고...
한 됫박 더 팔아보자고 말벗 하던
주모달은 세 됫박을 더 팔아먹었다
오늘 피운 연탄값은 나왔다
계산을 끝낸 늙은 남자는 취기로
휘청 거리면서도 땅콩 자루는
잊지않고 챙겼다
가면서 하는 당부의 말이
주모 달의 등골을 서늘하게 했다
"낼 울 마누라가 혹시 쳐들어 올지
모르니 끄등이 안 잡히게
조심하드란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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