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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겨울~(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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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빵이빵소이 댓글 2건 조회 1,809회 작성일 21-02-03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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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초년생 때였을 거다

방학이라 고향에 내려와서 맨날 술로 세월 죠지던 때였으니까

 

그날도 새벽에 귀가하는데

집 담벼락에 웬 사람이 쓰러져 있었다

취객이겠거니 하고 별 신경 쓰지 않았다

나도 만땅구 취했는데...

 

단독주택이었으니까 담 옆에 창고가 있었다

거기를 통해 담 넘으려고 창고 지붕 위로

일단 외투를 벗어 던져 올렸는데

그 순간 뭔가 느낌이 왔었다

 

이 추운 날씨에 저러다 어쩌지?

 

뭐 어쩔 도리가 없었다.

경찰에 도움을 청하는 외에는..

 

전화를 걸 수도 있었겠지만

그 땐 전혀 생각도 못했다

나도 취했으니까...

 

뛰어 내려갔다

큰길 나가서 150 미터 쯤에 마침 방범초소가 있었다

이건 경찰은 아니고 민간 자율 방범..뭐 어쩌고 하는 거다

 

아저씨요 저 울 집 담벼락에 누가 눕어 있는데요...”

 

대원 둘이 후레쉬를 들고 나랑 같이 뛰었다

 

현장에 도착하는 순간

일단 나는 안도하면서 구경꾼이 되었다

내 할 일은 다 했다고 생각했으니까

 

한 아저씨가 불을 비춰 보더니

누워 있는 사람 얼굴에 자기 코를 대고 냄새를 맡았다

능숙한 동작이었다

 

이거 약 묵었네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방범은 그 청년 뺨을 때리기 시작했다

정신 차리라 임마

얇은 점퍼 차림에

창백한 얼굴에 바짝 마른 입술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그제서야 난 돌아가는 사태가 뭔지 이해가 되었다

 

취객이 아니고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으며

그리 나이가 많지는 않은 청년이고

취객이 아니란 거는 일단 냄새를 맡아 보고 판단을 했구나

 

내가 다시 큰길로 뛰어가서 택시 한 대를 불러왔었다

외투도 없이 한 겨울에 이리저리 뛰고 나도 정신이 없었다

 

차를 보내고 다시 집으로 향하는데

술이 다 깨서 멀쩡한 정신이었다

 

다시 담을 넘을까 하다가

외투만 내려서 입고 벨 눌렀다

 

엄마한테 등짝 한 대 맞고 잔소리 들었었다

 

그 일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모른다

 

후에 또 그 날처럼 새벽에 귀가하다가

방범 초소에 가서 물어 보려고 하다가

그냥 왔다


    

 

 

 

추천6

댓글목록

best 빵이빵소이 작성일

어려움에 처한(혹은 그렇게 보이는) 사람을
돕는(혹은 척하는) 행위는
예전과는 다르다는 게 느껴져요

* 작년 장마철에 그 글 재밌었 ...ㅋㅋ
지하철에서...

좋아요 1
나빵썸녀패닝 작성일

안녕?  음악이랑 글이  너무 좋군하~~~

결과적으로 좋은 일 했네
너도 놀랐겠다

난 학창시절  ㅅㅂ 만취로 바지에 오줌싸고 댕기가 
이게 길거리서 싸는건지  화장실서  누는건지도 몰랐시야  ㅋㅋ
어쩔~?

앗! 쏘우뤼~

좋아요 0
빵이빵소이 작성일

어려움에 처한(혹은 그렇게 보이는) 사람을
돕는(혹은 척하는) 행위는
예전과는 다르다는 게 느껴져요

* 작년 장마철에 그 글 재밌었 ...ㅋㅋ
지하철에서...

좋아요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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