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찐빵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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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청심 댓글 9건 조회 765회 작성일 23-02-20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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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 우리집


새벽 시간 

문 창오지가 흔들리며 

세찬 바람소리가 느껴진다 

바닷 바람이 매섭게 불어대며 

한겨울 칼바람이 문틈 사이를 타고 

방안으로 몰아치지만 


아부지는 잠자리를 털고 일어나셔

군대에서 나온 오바라는 군복색의 

커다란 옷을 걸쳐 입고 방문을 열고 나가시고 

그 사이에 찬 바람이 방안으로 몰아쳐 들어와 환기가 느껴져 

잠자던 사내 아이는 잠이 깨어 실눈으로 방문을 바라본다 

아 아부지가 오늘 나가시는구나 

순간 어둠에 보이지는 않지만 밝아진 아이의 표정이 역력하다 

뭔가는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오둠속의 미소 ㅣ 


아부지는 집에서 명태덕장을 하시니 

새벽에 경매하는 명태를 받기위해 일찍 부두에 나가신다

그런날은 반드시 이 아이에게도 좋은 일이 있는 날

실눈 뜬 아이는 뜨끈뜨끈한 찐빵을 떠올리며 

다시 스르르 잠이든다 

그렇게 얼마나 더 잤을까 

같이 자던 할머니가 아이를 깨운다 

개똥아 어서 일어나 부두에 가야지 아부지 나갔다 


아이는 평소와 달리 군소리 없이 일어나 

할머니 내 옷 양말 벙거지 벙어리장갑 주세요 

할미는 이것저것 여기저기서 하나씩 찾아 

옷을 단단히 춥지않게 입혀주고 벙거지를 씌워주며 

장갑도 손에 끼워주고 신발도 손수 찾아주시며 

추우니 빨리 갔다 오라면서도 얼음판 조심하라고 몇 번을 말씀하신다.


그 말을 뒤로 하고 아이는 집을 나서 부두로 향한다 

귓전에는 철썩 철썩 파도소리가 간간히 들려온다 

아이의 집은 바닷가 백사장 근처인지라 늘 파도소리가 들린다 

부두까지는 아이의 걸음으로는 꽤나 먼거리 

오리(2km)까지는 안되는 거리이나 한참을 걸어 도착한 부두입구 

벌써 여기저기서 시끄럽게 경매하는 소리가 들린다 

아마도 아이의 아부지도 저기 어딘가에 있을것이다 


아이는 여기저기 두리번 거리며 키가꽤나 큰 아부지를 찾는다 

아부지는 이 시간에 막 잡아온 명태를 사기위해 

경매하는 곳 어딘가에 늘 서 있으니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아 드디어 아이의 눈에 저쪽에 커다란 군대 오바를 걸친 아부지 얼굴이 보인다 

아이는 시끄러운 경매인들 사이를 지나 아부지 옆으로 간다 


아부지는 단번에 아들을 알아보고 손을 잡아준다 

아직도 명태를 사고 있는 중이시다 

아부지는 연신 경매인에게 무언가 손짓으로 신호를 보낸다 

드디어 아부지가 ~ 자 됐어 됐어 하시는거 보니 

산더미 처럼 쌓인 명태를 모두 산거 같다 

키가 작은 아이의 눈 높이에는 그 명태 더미가 산 처럼 높아 보였기에 

경매아저씨가 다른 곳으로 이동하고 사람들도 따라서 우르르 따라가고 

이제 여기 명태더미에는 아부지와 나 그리고 명태를 운반 할 리어카꾼들만 남아있다.


그 사이 아부지는 명태더미에서 가장큰 명태 한마리를 골라 낸다 

그리고 칡줄로 큰 명태 아가미를 끼워 아이의 손에 쥐어주며 개똥아 추우니 어서가라 

예 아부지 하고 아이는 자기 키보다 훨씬 큰 커다란 명태 한마리를 질질끌고 부두를 나선다 

아이가 명태를 끌고 도착한 곳은 부두 바로 앞 찐빵집 

뜨거운 김이 천정으로 피어 오르는 사이로 장화를 신은 아저씨가  빵을 사고 있다 

아주머니는 아이를 힐끔 보더니 아주 반갑게  아 개똥이 왔구나 

그래 명태는 거기 두고 조금만 기다려라 

하시며 김이 무럭무럭 나는 커다란 솥 뚜껑을 열고 

우선 빵 하나를 내 손에 쥐어주며 먹으라고 하신다

그리고는 누런 밀가루 종이포대 한장을 깔고 

그 위에 찐빵을 쌓기 시작한다 


빵을 얼마큼 쌓았는지 그만 둘둘 말아서 

아이의 품에 안겨주며 어서 가지고 가라고 하시며 

미끄러우니 조심히 가라는 말을 잊지않는다 

아이는 이 만큼의 빵이면 누나와 동생들 그리고 

할머니 엄마 모두가 먹을 수 있다는 생각을하며 빵집을 나선다.

가슴과 배가 따끈한 찐방의 훈기에 따뜻함을 느껴며 

식구들이 기다리는 집으로 걸음을 제촉하는 

아이의 얼굴에는 미소가  흐른다 ~ 


☆ 조금은 긴 글 

끝까지 보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16

댓글목록

best 노을 작성일

단편소설 한편  읽은 느낌이네요
서민적이고 친숙한 명태 찐빵ㅎ
명태 코다리 북어 노가리 동태 생태

할머님과 아버지의 따뜻한 가족사랑이
느껴지네요
그 아이는 청심님ㅎ

저도 어릴때 엄마가 직접 팥삶고 밀가루 막걸리
넣고 반죽해서 아랫목에 덮어 발효되면
빵을 한소쿠리 만들어 큰 가마솥에 쪄냈어요 그날은 일꾼얻어 담배잎 따는날이었죠

좋아요 2
best 호랑사또 작성일

시각의 최면에 상상력이 발동이 되어설랑,
바다마을 부둣가의 비릿한 내음이 여 까지 나는것 같습니다.이게 무슨 일이고?

좋아요 2
best 청심 작성일

몇 일전 작성한 글입니다
지금 대충 오탈자 확인하고 올립니다.

좋아요 1
best 청심 작성일

사또님 문장구성하시는 센스도 대단하셔
제 글 보다 두줄에 담긴 내용이 더 멋집니다 ㅋㅋ

좋아요 1
best 청심 작성일

아 그 어린시절 아랫묵에 밀가루 반죽 부풀려서
가마솥에서 쪄낸 그 빵 ~ 바로 찐빵 ㅋㅋ
네에 그런 추억도 있네요
거기에 들어가는게 재료이름이 소다 같은건데
그게 파~ 뭐라했는데
제 생일날 시루떡도 하시고
찐방도 이렇게 하시어
아이들 다 불러서 먹이시던 생각납니다
큰 아이들 보고 저를 잘 데리고 놀라면서
일종의 서비스 같은거 ㅋㅋ

제 글을 이렇게 이쁘게 포장해주시는
노을님 감사합니다

좋아요 1
보이는사랑 작성일

작가 하셔도 되겠네요.
유년의 추억이 따뜻한 미소를 짓게 합니다.
명태 말린 거 방망이로 두둘겨서 많이 구워 먹었습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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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심 작성일

보사님 졸필에게 지나친 말씀입니다.
어제 병원은 잘 다녀오사고요
검사 받으신듯 한데
별문제 없을겁니다
마음 넉넉히 갖으시고요
오늘은 일터로 나가시는 날인가요
즐거운 마음으로 일하시고요
오늘 하루도 행복하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좋아요 0
야한달 작성일

눈으로 읽으면서 머리속으로는 드라마 화면이
막 지나가요ㅎ
'바닷가 마을 다이어리' 고레이다 히로기즈 감독 영화 제목인데 청심님만의
바닷가 마을 다이어리 입니다

좋아요 1
청심 작성일

달님 다녀가셨네요
우리네 인생 살이 영화의 한 장면 같은
드라마의 줄거리 같은
오히려 순수하고 소시민적인 것이
가슴을 울리지요
달님의 삶도 그런 모습으로 보입니다.
감사합니다.

좋아요 0
호랑사또 작성일

시각의 최면에 상상력이 발동이 되어설랑,
바다마을 부둣가의 비릿한 내음이 여 까지 나는것 같습니다.이게 무슨 일이고?

좋아요 2
청심 작성일

사또님 문장구성하시는 센스도 대단하셔
제 글 보다 두줄에 담긴 내용이 더 멋집니다 ㅋㅋ

좋아요 1
노을 작성일

단편소설 한편  읽은 느낌이네요
서민적이고 친숙한 명태 찐빵ㅎ
명태 코다리 북어 노가리 동태 생태

할머님과 아버지의 따뜻한 가족사랑이
느껴지네요
그 아이는 청심님ㅎ

저도 어릴때 엄마가 직접 팥삶고 밀가루 막걸리
넣고 반죽해서 아랫목에 덮어 발효되면
빵을 한소쿠리 만들어 큰 가마솥에 쪄냈어요 그날은 일꾼얻어 담배잎 따는날이었죠

좋아요 2
청심 작성일

아 그 어린시절 아랫묵에 밀가루 반죽 부풀려서
가마솥에서 쪄낸 그 빵 ~ 바로 찐빵 ㅋㅋ
네에 그런 추억도 있네요
거기에 들어가는게 재료이름이 소다 같은건데
그게 파~ 뭐라했는데
제 생일날 시루떡도 하시고
찐방도 이렇게 하시어
아이들 다 불러서 먹이시던 생각납니다
큰 아이들 보고 저를 잘 데리고 놀라면서
일종의 서비스 같은거 ㅋㅋ

제 글을 이렇게 이쁘게 포장해주시는
노을님 감사합니다

좋아요 1
청심 작성일

몇 일전 작성한 글입니다
지금 대충 오탈자 확인하고 올립니다.

좋아요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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