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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데없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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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기자 댓글 6건 조회 978회 작성일 23-10-03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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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쾌한 바람이 옥탑방 창 틈새로 들어와 나를 깨운다.

하늘에 두둥실 떠있는 뭉게구름을 바람에 싣고

가을이 쏜살같이 멀어지는 듯하다.

고양이 세수 후다닥 하고

늘어진 활력을 채우듯 묵은 자전거 풀어 타이어에 바람 넣고

쪽가방에 작은 기타 달고 집을 나섰다.

 

페달을 밟고 느긋하게 달리는 천변은 어느새 갈대가 무성하다.

하늘거리는 코스모스,

어루만지고픈 강아지풀,

가끔 지나치는 산보 나온 사람들

모두 가을을 입었다.

 

항상 해맑게 웃고 가슴팍 다부졌던 내 오랜 친구는

낙엽도 지기 전에 유난히 풍성하던 머리카락을 모두 잃었다.

쪼그라든 몸으로 벽에 기대어 바라보는

병실 창밖으로 농익는 이 가을을

그가 내년에는 볼 수 있을지...

 

노화는 질병이다.

젊은날 진한 감성과 열정 가슴 벅찬 설렘은 모두 무뎌지고

손톱 밑에 든 가시보다도 아프지않을

항암 치료로 뒤집어진 친구의 위장을 걱정하다

달달한 먹거리에 손을 뻗치는 나의 노회함이 서글프다.

 

우주 생성 이래로 생명은

그 존속을 위해 참으로 억척스럽게 진화한다.

특히 인간은 역사의 대부분인 전쟁을 통해 그 처절한 생명의 이기주의를 보배우고

더욱 치명적으로 변한다.

저녁으로 얼큰한 찜을 먹고 싶은 내 소소한 욕구조차도

하루면 수차례 변기를 붙잡고 토하고 있을 친구를 생각하지않는다.

 

 

 

추천5

댓글목록

노을 작성일

생존에 있어 어쩔수 없는 이기적일 수밖에 없는
 인간의 한계네요
그럼에도 태어났기에 삶의 본능에 충실할 수 밖에요
글 잘 읽었습니다

좋아요 0
기자 작성일

이따금 뒤틀린 심사로 쓰는 넋두리죠.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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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 작성일

글 잘 쓰시네요~~
자주 좀...ㅎ

좋아요 0
체리 작성일

내 친구도  꼬박 1년
절망과 희망 사이를  치열하게 치뤄내고
지금은 
빈틈없이 촘촘하게 채워진
윤기 찰랑! 머리칼을
멋지게  흔들면서 열심히 드럼 배우고 있습니다


기자 친구 님도 .. 화이팅~!!
(가다가 다시 와서 ..얼기자님?!  아 저쪽 갤러리방 그 님이신가 ?)

좋아요 0
기자 작성일

네! 반갑습니다 ^^

좋아요 0
노을 작성일

흰머리 신사분?얼기자님이라는 건지
갤러리방 그님이시라는 건지 알쏭달쏭 합니다~

좋아요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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