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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3

작성일 26-04-16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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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봄의교향악 조회 69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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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햇살 (부제: 그땐 그게 사랑인 줄 알았다)

 

하늘이 맑다그런데 내 마음 한구석은 가끔 흐리다.

미세먼지 때문인가 싶어 앱을 켰는데 '좋음'이다.

역시 문제는 내 마음이었다.

 

눈을 감으면 그해 봄날이 들어온다.

학교 담장에는 개나리가 노랗게 피어 있었고,

내 코끝에는 하필 비염이 도져 콧물이 대롱거리고 있었다.

 

하굣길. 앞서 걷는 그 애의 뒷모습만 보며 따라 걸었다.

곱게 땋은 머리 위로 햇살이 내려앉아 눈이 부셨다.

사실 햇살 때문이 아니라, 그 애가 일주일째 안 감은 듯한

머리에서 나는 광택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때의 난 콩깍지가 제대로 씌어 있었다.

 

길가에는 아지랑이가 피었고, 마른 흙먼지 냄새가 났다.

끝내 말 한마디 걸지 못 했다.

", 너 가방 열렸어"라는 그 쉬운 한마디를 못 했다.

그 애는 가방 속 필통을 온 동네에 뿌리며 걸어갔다.

나는 뒤에서 묵묵히 연필과 지우개를 줍는 '인간 헨젤과 그레텔'이 되었다.

 

그 애는 꽃이 지기도 전에 전학을 갔다.

인사는커녕 얼굴도 제대로 못 보고 보냈다.

그때 주워둔 그 애의 '점자 펜텔 제도 0.5 샤프'

아직도 내 서랍 속에 박혀 있다. (물론 심은 내가 다 썼다.)

 

(수십 년 후)

세월은 흘러 손등엔 주름이 잡히고 머리엔 서리가 내렸다.

그런데 기억이란 참 묘하다.

햇살이 부서지는 날이면, 가끔 그 애의 뒷모습이 떠오른다.

어제 일 같다.

 

, 어제 먹은 점심 메뉴는 기억이 안 나는데 

이건 왜 이리 선명한지 모르겠다.

잊으려 하면 선명해지고, 잡으려 하면 흩어진다.

오늘도 빈 하늘을 올려다본다.

그리고 차마 하지 못한 말들을 햇살 속에 흘려보낸다.

 

"... 너 그때 내가 주운 샤프... 그거 한정판이더라?

중고나라에서 비싸게 팔리더라... 고맙다 친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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