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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낭만오빠 댓글 4건 조회 778회 작성일 23-03-16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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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강원도 화천군 백암산의 백암OP(관측소) 정상에 나무 십자가와 녹슨 철모로 만든 비목이 세워져 있다. 백암산은 국민 가곡 ‘비목’의 배경이며, 백암OP는 과거 병력이 상주했으나 지금은 감시장비로 운영되고 있다. 


초연이 쓸고 간 깊은 계곡 깊은 계곡 양지 녘에 비바람 긴 세월로 이름 모를 이름 모를 비목이여 먼 고향 초동친구 두고 온 하늘가 그리워 마디마디 이끼되어 맺혔네

궁노루 산울림 달빛 타고 달빛 타고 흐르는 밤 홀로 선 적막감에 울어 지친 울어 지친 비목이여 그 옛날 천진스런 추억은 애달퍼 서러움 알알이 돌이 되어 쌓였네 



고등학교 음악시간에 다들 불러 본 비목이라는 가곡이다.

제목인 비목(碑木)은 무슨 뜻일까? 

죽은 이의 신원 따위를 새겨 무덤 앞에 세우는 나무로 만든 비(碑)라는 뜻이다. 6.25 한국전쟁에서 전사한 동료의 무덤 앞에 십자가 모양의 나무로 세운 비(碑)를 말한다. '비목'이 아니라 '목비(木)'라고 해야 정확한 표현이다.


첫 소절에 나오는 '초연()'은 '화약 연기'를 뜻한다.

'초연히'가 아니라 '초연이'가 맞다.

즉 화약 연기가 쓸고 간 깊은 계곡이라는 뜻이다.


이 노래의 작사자는 한명희씨로 1964년 ROTC 소위 임관 후 강원도 철원 백암산 DMZ 수색대 GP장으로 근무하던 어느 날 우연히 잡초 우거진 곳에서 무명용사의 녹슨 철모와 돌무덤 하나를 발견했다. 그가 근무했던 지역은 호박 심으려고 삽질을 몇번 하면 해골이 나왔다고 한다. 


제대 후 TBC 음악부 PD로 근무하면서 우리 가곡에 관심을 쏟던 어느 날 방송일로 자주 만나는 장일남씨로부터 신작 가곡을 위한 가사 몇 곡을 의뢰받았다. 한명희씨는 곧바로 군 시절 보았던 장면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첩첩산골 이끼 덮인 돌무덤 옆에는 새하얀 산목련이 있었다. 그는 이내 화약 냄새가 쓸고 간 그 깊은 계곡 양지녘 이름 모를 돌무덤을 포연에 산화한 무명용사로, 그리고 비바람 긴 세월 동안 한결같이 그 무덤가를 지켜주고 있는 그 새하얀 산목련을 주인공 따라 순절한 여인으로 상정해 사실적 어휘들을 문맥대로 엮어 시를 써내려갔다. 


2절의 노랫말에 나오는 '궁노루'는 향수로 쓰인다는 '사향노루'이다. 어느 날 새끼 염소만한 궁노루 한 마리를 잡았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겼다. 사향노루 수놈을 잡고 난 날부터 홀로 남은 암놈이 매일 밤 울어대는 것이었다. 그 당시의 회한을 필설로 대신할 수 없을 정도였다.

가녀린 체구에 목멘 듯 캥캥거리며 애절하게 울어대니, 정말 며칠 밤을 그 잔인했던 살상의 회한에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더구나 수정처럼 맑은 산간계곡에 소복한 누님 같은 새하얀 달빛이 쏟아지는 밤이면 그 놈도 울고 그도 울고 철새도 날아다니며 온 산천이 오열했다. '궁노루 산울림 달빛처럼 흐르는 밤'이라는 2절 가사에는 바로 이 같은 단장의 비감이 서려 있다. 


이전 회사에서 근무할 때 까투리 한 마리를 잡은 적이 있다. 울타리 옆을 지나고 있었는데 먹이를 찾던 까투리 한 마리가 내가 다가오자 당황해서 울타리쪽으로 고개를 처박고 아둥바둥거리고 있었다. 잡아서 통 속에 집어넣어 두었는데 나중에 보니 뚜껑을 열고 나와서 날다가 유리창에 박은 후 바닥에 죽어있었다. 그 후 장끼가 매일 숲에서 나와서 울어대었다. 나를 바라보면서 원망의 눈초리로 우는 것 같아서 너무나 가슴이 아팠다. 생명에 대한 소중함을 다시 한번 느꼈고 그 후로는 동물을 절대 잡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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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best 보이는사랑 작성일

노래가 구슬프네요. 학교 다닐 때 음악시간에 한 명씩 밖에 나가 셤으로 노래부르던 추억이 샘솟네요.

좋아요 3
best 노을 작성일

슬픈 과거고 가슴찡하네요ㅠ
어린 병사의 외로운 죽음
가족과 부모님이 얼마나 그리울까...

좋아요 1
노을 작성일

슬픈 과거고 가슴찡하네요ㅠ
어린 병사의 외로운 죽음
가족과 부모님이 얼마나 그리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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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는사랑 작성일

노래가 구슬프네요. 학교 다닐 때 음악시간에 한 명씩 밖에 나가 셤으로 노래부르던 추억이 샘솟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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