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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해야 소용이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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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익명 댓글 0건 조회 1,132회 작성일 19-01-13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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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댁을 갔다. 시엄니가 몸이 안좋으시다 해서 닭 사들고 가서 백숙 해 먹었다.

평소에는 시엄니가 밥 해주시면 내가 옆에서 거들어드리는 정도였는데, 이번엔 내 손으로 다했다.

불만 없다. 얘기도 좋게 나누었다.

잘했다 잘했다 칭찬은 없겠지만, 내 나름 만족스러웠다.


시부가 애들한테 쌈싸먹으라고 생 배추를 주라 하시니, 시모 갑자기 울컥하더니 가져가서 썩혀 내버릴까봐 못주시겠단다. 응? 무슨 얘기지? 싶어서 전 그런 적 없는데요. 했더니 시모가 갑자기 내 살림 솜씨를 비난한다. 이건 뭐야... ?


알고 봤더니 며칠 전 시누네 여행간 사이 집 봐주러 가셨다가 그동안 먹으라고 보냈던 것들이 다 상하거나 썩어 있는 것을 보셨던 모양이다. 살림 살이 얘기는 안 하시다 이번에는 딸내미한테 한 소리 하고 오셨다면서... 요즘 사람들은 아무리 바쁘다지만 다 그러고 사냐면서 나까지 싸잡아 뭐라 하시는 거였다.

남편이 옆에서 요즘 사는 게 다 그렇지, 힘들다고 쉴드 쳐주지만.. 역부족.


시누야... 엄마가 주니까 그랬나는 몰라도... 난 정말 그냥 내버린 적은 없다.

어머님이 주시려는 거 내가 안 먹을 거는 주시지 말라고 하고 안 받아왔고, 주신 것은 일일이 이렇게 해먹었어요, 맛있어요, 감사합니다. 하며 사진과 함께 문자도 드리곤 했다.

심지어, 결혼초기에 주신 쌀, 보관을 잘 못해서 벌레 난 것도 일일이 펴놓고 벌레 다 잡아서 먹었더랬다. 조금씩 사다 먹으면 좋으련만 꼭 한상자씩 사서 주시는 바람에 싹이 나서 정글(?)이 되도록 못 먹었던 감자도 어쨌든 싹난 부분 일일이 도려내가며 먹을 수 있는 만큼은 다 먹었는데.


난 한다고 하고, 감사드릴 일 있으면 꼬박꼬박 인사드리고 인증해드리고 했는데, 아무런 소용이 없나 보다.


어쨋든 배추는 시모 아들이 좋아해서 받아오기는 했는데, 집에 돌아올 때 또 뭘 한 보따리 주신다.

무는 10개, 대파는 거의 20대 정도????

이거 또 내가 썩혀 내버리면 어쩔라구 이리 주시나... ㅎ

(무슨 장단인지... 당췌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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