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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잃은 눈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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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익명 댓글 0건 조회 1,208회 작성일 19-01-16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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읍내 병원은 낮았다. 출입문을 열자 로비가 나타났다. 좁았다. 병실에 들어서자 나를 주시하는 눈동자가 여럿 보인다. 초점 잃은 눈동자는 하나같이 힘이 없어 보인다. 이내 실망한 듯 고개를 돌린다. 엄마는 누워 있었다. 인기척에 눈을 뜬 엄마는 나를 보자마자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하지만 이내 일그러진다. 다리가 아파 꼼짝달싹을 못하는 엄마는 일주일째 병원 신세를 지고 있다.
지난 주말 시골에 다녀왔다. 엄마가 입원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놀란 나머지 쏜살같이 달려갔다. 엄마는 7년 전에 뇌출혈로 쓰러진 이래로 홀로 생을 이어가고 있다. 불편한 몸으로 삼시 세끼 해결하는 것도 버겁다. 쓰러진 이후로 기가 빠진 엄마는 지팡이를 의지하지 않고는 마당에 나가는 것도 힘들다. 시골이 좋다며 떠나기 싫어하는 엄마는 고향을 뜨려 하지 않는다.
날씨가 무척이나 덥다. 에어컨이 없으면 숨이 턱턱 막힌다. 시골 역시 마찬가지다. 불편한 몸으로 바깥에 나가는 것이 쉽지 않다. 오랫동안 방안에만 있다 보니 몸무게가 늘었다. 누워 있다가 잠시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이 활동의 전부다. 가뜩이나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못한 엄마는 운동량이 턱 없이 부족하다. 결국 탈이 나고 말았다. 의사 말에 의하면 신경이 눌려 통증이 왔다는 것이다.
입원 당시보다 좋아지기는 했지만 다시 집으로 갈수 있을지 의문이다. 물리치료와 약물치료를 병행하고 있으나 팔순이 넘은 고령이라 어찌 될지 장담할 수가 없다. 병원에 있는 것이 집에 있는 것보다는 편안하다고는 하나 대소변을 침대에서 해결해야 하는 것이 여간 고역이 아니라 한다.
엄마는 “빨리 죽어야 하는데 마음대로 안 된다"라며 “그때 조용히 갔어야 했는데” 하면서 미안함을 내색한다. “엄마! 그런 말 자꾸 하면 마음이 편치 않아요. 다시는 그런 말하지 마십시오. 어떻게 해서라도 일어서야 집으로 갈수 있지 않겠습니까. 자꾸만 나약한 마음 가지면 빨리 낳을 수 없어요. 물리치료 잘 받으면 걸을 수 있다고 하니 걱정하지 마시고 편안한 마음으로 치료에 열중하십시오. 간병인이 수발하고 있으니 불편한 점 있으면 이야기하시면 되고요. 엄마! 힘들면 눈 감고 쉬세요” 유리창 너머 먼 산을 보며 지난 세월을 회생하는 듯 눈을 감았다가 뜨기를 반복했다.
상경하는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다. 치료가 잘되면 모르지만 그렇지 않게 되면 결국 요양원으로 모셔야 하는데 고향을 뜨기 싫어하는 엄마가 받아들일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옆에 있는 아내는 무엇을 생각하는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며느리로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묘책을 모색해보지만 답은 한 가지, 그 이상을 넘을 수 없다는 것이 답답한 모양이다.
고령화 시대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대판 고려장이라고 하는 요양원도 점점 늘어만 간다. 산간 오지 경치 좋은 곳에 가면 으레 요양원이 자리를 잡고 있다. 돈이 되는 사업이다 보니 수준 미달 요양원이 난무하는 것 같다. 좋지 않은 내용으로 가끔 언론에 등장하는 요양원을 심심찮게 볼 수가 있다. 국가가 나서서 엄격한 기준을 만들어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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