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덴 동산
작성일 26-06-0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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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연희작가 조회 88회 댓글 0건본문
에덴 동산
에덴 동산의 아침은 알람 시계 대신
낮게 깔리는 은은한 차(Tea) 향기로 시작되었다.
이곳의 하늘은 매일 아침 거대한 캔버스처럼 변했는데,
어떤 날은 부드러운 라벤더 색이었다가
또 어떤 날은 잘 익은 살구 빛으로 물들곤 했다.
이 아름다운 마을의 유일한 우체부인 ‘리오’는
오늘도 가벼운 발걸음으로 집을 나섰다.
그의 자전거는 바퀴가 굴러갈 때마다 도레미파솔, 맑은 실로폰 소리를 냈다.
에덴 동산의 편지는 조금 특별했다. 누군가에게 전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면,
빈 종이를 접어 바람에 날려 보내기만 하면 되었다.
그러면 그 종이비행기들은 귀신같이 리오의 가방 속으로 날아와 얌전히 쌓였다. 
"리오! 오늘도 날씨가 기가 막히게 좋지?"
마을 광장에서 거대한 비누방울을 만들고 있던 구름 요리사 ‘미아’가 손을 흔들었다.
그녀가 불어넣은 비누방울들은 공중에서 퐁, 퐁 터지며 달콤한 딸기 향 비를 뿌렸다.
"응, 미아. 오늘 가방이 묵직한 걸 보니 다들 할 말이 많은 날인가 봐."
리오는 미소 지으며 자전거 페달을 밟았다. 에덴 동산에는 슬픔이나 결핍이 없었다.
사람들은 그저 오늘 발견한 예쁜 조약돌에 대해, 어제 꾼 포근한 꿈에 대해,
혹은 그저 서로의 존재에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기 위해 편지를 썼다.
리오의 첫 번째 목적지는 마을 북쪽에 있는 ‘거꾸로 시냇가’였다.
이곳의 물은 아래에서 위로, 산동네를 향해 거슬러 올라갔다.
중력마저도 이곳에서는 그저 유쾌한 장난감에 불과했다.
시냇가 근처에 다다르자, 청아한 피아노 선율이 들려왔다.
마을의 최고령 음악가이자 가장 장난기가 많은 ‘카일’ 할아버지의 연주였다.
카일의 피아노는 건반을 누를 때마다 소리만 나는 것이 아니라,
그 음에 어울리는 색깔의 작은 나비들이 건반 사이에서 뿜어져 나왔다.
"할아버지, ‘아델’ 아주머니가 보내신 편지예요."
리오는 가방에서 은은한 녹색 빛을 내는 편지를 꺼내 건넸다.
카일은 피아노에서 손을 떼고 편지를 펼쳤다.
편지지가 스스로 아델의 목소리로 속삭이기 시작했다.
"카일 씨, 오늘 아침 제 정원의 블루베리가 완벽한 '
시 단조(C minor)'의 맛으로 익었어요. 잼을 한 병 만들었으니,
이따가 오후 티타임에 피아노 연주를 들려주러 오지 않겠어요?"
"허허, 블루베리에서 시 단조 맛이 난다니! 이거 참을 수 없군."
카일은 호탕하게 웃으며 즉흥곡을 연주했다.
그러자 피아노에서 황금빛 나비 떼가 쏟아져 나와
리오의 머리 위를 빙글빙글 돌았다.
리오는 온몸에 퍼지는 유쾌한 에너지를 느끼며 다음 목적지로 향했다.
낮이 지나고 밤이 찾아와도 에덴 동산의 아름다움은 지치지 않았다.
이곳의 밤하늘은 짙은 남색 실크 같았고, 별들은 마치 손을 뻗으면
닿을 것처럼 낮게 내려앉았다. 밤이 되면 리오는 우체부 모자를 벗고,
절친한 친구인 ‘루카’의 나룻배에 올랐다.
루카는 마을 중심에 있는 ‘거울 호수’에서 별을 낚는 소년이었다.
낚싯줄 끝에는 바늘 대신 달콤한 별빛 과자가 매달려 있었다.
"오늘 조과는 좀 어때, 루카?"
리오는 배에 올라타며 물었다. 루카는 검지손가락을 입에 대며
"조용히 해봐, 지금 큰 놈이 입질을 부리고 있어"라고 속삭였다.
잠시 후, 호수 표면이 찰랑이더니 하늘에 떠 있던 별 하나가
스르륵 내려와 낚싯줄에 대롱대롱 매달렸다.
루카가 조심스럽게 낚싯대를 들어 올리자,
손바닥만 한 별이 따뜻한 온기를 내뿜으며 빛났다.
"와, 이 별은 유난히 따뜻하네. 분명 좋은 꿈을 품고 있는 별일 거야."
루카는 별을 조심스럽게 건져내어 호수 옆에 있는 ‘꿈의 나무’ 가지에 걸어두었다.
에덴 동산의 주민들은 밤에 잠이 들 때, 이 나무에서 흘러나오는 별빛을 보며
저마다 가장 행복한 꿈을 선택해 꿀 수 있었다.
오늘은 아마도 '하늘을 나는 고래를 타고 여행하는 꿈'이 흐르는 모양이었다.
다음 날은 에덴 동산의 가장 큰 축제인 ‘마음 나누기 축제’가 열리는 날이었다.
1년 중 가장 달이 둥글고 밝은 날, 주민들은 자신이 만든 가장 아름다운 것들을
가지고 광장으로 모였다. 미아는 하늘 전체를 거대한 솜사탕 구름으로 뒤덮어
마을 사람들에게 달콤한 간식을 선물했고, 카일 할아버지는 거꾸로 흐르는
시냇물 위에 피아노를 띄워 두고 물결의 흐름에 맞춰 지휘를 했다.
물방울들이 음표가 되어 공중에서 춤을 추었다.
리오는 오늘 우체부 가방 대신 커다란 바구니를 들고 다녔다.
축제 날의 규칙은 간단했다.
누구든 다른 사람에게 주고 싶은 선물을 바구니에 담고,
또 바구니에 담긴 것 중 마음에 드는 것을 자유롭게 가져가는 것이었다.
"리오, 이건 널 위한 거야."
루카가 다가와 작은 유리병을 건넸다.
병 안에는 어제 낚은 별에서 떨어져 나온 은은한 별가루가 반짝이고 있었다.
"이걸 자전거 바퀴에 뿌려봐.
그럼 밤하늘을 날아서 편지를 배달할 수 있을 거야."
"고마워, 루카! 그럼 난 다음 주부터 ‘하늘길 우체부’가 되는 거네?"
두 소년의 맑은 웃음소리가 축제의 음악 소리와 뒤섞였다.
이곳에는 시기나 질투, 내 것을 더 챙기려는 욕심이 존재하지 않았다.
내가 가진 것을 아낌없이 줄 때 더 큰 행복이 돌아온다는 것을
모두가 온몸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모두가 광장 한가운데에 모여 서로의 손을 잡는 시간이었다.
수백 명의 주민들이 손을 맞잡자, 그들의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순수한 행복이
거대한 빛의 띠가 되어 하늘로 솟구쳤다.
그 빛은 에덴 동산의 밤하늘을 전례 없이 아름다운 오로라로 수놓았다.
초록빛, 분홍빛, 황금빛 빛줄기가 온 마을을 따뜻하게 감싸 안았다.
리오는 친구들의 손을 꼭 잡은 채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매일이 기적 같고, 매 순간이 선물 같은 곳.
눈물과 아픔 대신 웃음과 노랫소리만 가득한 이 에덴 동산에서,
사람들은 내일 또 어떤 아름다운 이야기를 만들어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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