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사탕
작성일 26-06-08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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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연희작가 조회 32회 댓글 0건본문
별사탕
1979년 여름이었다.
우리 마을은 산 하나를 넘으면 끝나는 작은 시골이었다.
집집마다 초가지붕은 거의 사라졌고 슬레이트 지붕이 반짝였다.
저녁이면 아이들은 골목마다 뛰어다녔다.
나는 중학교 1학년이었다.
여름방학이 시작되자 아버지는 참외밭 일을 도우라고 하셨다.
"맨날 공 차러만 다니지 말고 참외도 좀 따와라."
나는 마지못해 밭으로 나갔다.
그런데 참외밭에는 늘 먼저 와 있는 아이가 있었다.
옆집 순자였다.
순자는 나보다 한 살 어렸지만 말은 두 배나 많았다.
"영수야."
"왜?"
"너 참외 잘 고르냐?"
"당연하지."
"거짓말."
"진짜야."
"그럼 이거 익었어?"
순자가 내민 참외는 누가 봐도 파란 참외였다.
"안 익었잖아."
순자는 깔깔 웃었다.
"속았지?"
나는 얼굴이 빨개졌다.
그날 이후 순자는 틈만 나면 나를 놀렸다.
"영수야."
"왜?"
"저기 뱀!"
나는 화들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순자는 또 배를 잡고 웃었다.
"또 속았지?"
정말 얄미웠다.
어느 날이었다.
참외를 따고 있는데 순자가 작은 봉지를 내밀었다.
"이거 먹어."
안에는 별사탕이 들어 있었다.
동네 구멍가게에서 파는 것이었다.
"왜 주는데?"
"그냥."
"안 먹어."
"싫으면 말고."
순자는 금세 봉지를 거두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집에 와서도 별사탕 생각이 났다.
괜히 안 받았나 싶었다.
며칠 후였다.
마을 공터에서 아이들과 고무공 야구를 하고 있었다.
순자도 구경하러 왔다.
투수가 던진 고무공이 타자의 방망이에 정확하게 맞았다.
딱!
공이 높이 날아갔다.
그런데 내가 공을 잡으려 뛰던 순간 발이 돌에 걸렸다.
쿵!
무릎이 깨졌다.
아이들이 웃었다.
"영수 넘어졌다!"
창피해서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그때 순자가 달려왔다.
"가만있어."
순자는 손수건을 꺼내 무릎을 닦아주었다.
"피 난다."
"안 아파."
"거짓말."
나는 아무 말도 못 했다.
그날 처음으로 순자의 얼굴을 자세히 보았다.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여름이 끝날 무렵.
순자네 아버지가 도시로 일하러 가게 되었다.
순자네 가족도 함께 이사 간다는 소문이 돌았다.
나는 믿지 않았다.
그런데 정말이었다.
이삿날 아침.
트럭 한 대가 집 앞에 서 있었다.
순자는 친구들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있었다.
나는 멀리서만 보고 있었다.
가까이 가기가 쑥스러웠다.
트럭이 출발하려는데 순자가 갑자기 뛰어왔다.
"영수야!"
나는 깜짝 놀랐다.
순자는 손에 쥔 무언가를 내게 던졌다.
"잘 있어!"
트럭이 먼지를 일으키며 멀어졌다.
나는 한동안 서 있었다.
손을 펴보니 작은 종이봉지였다.
별사탕이 가득 들어 있었다.
맨 위에는 삐뚤빼뚤한 글씨가 적혀 있었다.
'바보 영수.'
나는 웃음이 났다.
그리고 왠지 가슴 한쪽이 텅 빈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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