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현대인의 고독한 성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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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연희작가 댓글 1건 조회 104회 작성일 26-05-14 08:30본문
어느 현대인의 고독한 성찰
집에 돌아오는 길,
현관 도어락이 나를 반겼다.
"삐비빅, 삐비빅."
비밀번호를 눌렀다.
문이 열렸다.
신발을 벗기도 전에
공기청정기가 빨간 불을 켜며 거칠게 숨을 몰아쉰다.
내가 들어온 게 반가운 걸까,
아니면 내 몸에 묻은 미세먼지가 싫은 걸까.
대답은 들을 수 없었다.
기계는 그저 수치로만 말할 뿐이니까.
침대에 누워 스마트폰을 켰다.
'알 수도 있는 사람' 목록이 뜬다.
알 수도 있는 사람은 많았지만,
정작 나를 아는 사람은 없었다.
화면을 넘겼다.
넘기고, 또 넘겼다.
알고리즘은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묻지도 않고
이미 내 앞에 맛집과 코미디 영상을 대령했다.
내 취향은 선택당하고 있었고,
나는 그저 무기력하게 엄지손가락만 까닥였다.
배가 고파 배달 앱을 켰다.
'문 앞에 두고 벨 눌러주세요'를 체크했다.
잠시 후, 벨 소리가 들렸다.
문밖에는 아무도 없었다.
오직 따뜻한 치킨 박스만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인사할 필요도,
웃어 보일 필요도 없었다.
편해진 만큼,
내 사회성은 퇴화하고 있었다.
치킨을 다 먹고 분리수거를 하러 나갔다.
엘리베이터 거울 속의 나와 눈이 마주쳤다.
오늘 하루 중
가장 길게 눈을 맞춘 대상이
결국 나 자신이라는 사실에
가슴 한구석이 아려왔다.
세상은 연결되어 있었고,
내 와이파이는 풀(Full)이었지만,
마음의 안테나는 갈 곳을 잃어버렸다.
터덜터덜 방으로 돌아와
AI 스피커에게 말을 걸었다.
"헤이 지니, 나 오늘 좀 외로운 것 같아."
지니가 대답했다.
"죄송해요, 이해하지 못했어요. 다시 말씀해 주세요.“
결국 완벽한 소통이란
전기세가 나가는 기계조차 해줄 수 없는 영역이었다.
세상은 스마트해졌고,
내 지능은 그대로인데,
마음만 자꾸 로그아웃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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