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예찬(人生禮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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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연희작가 댓글 1건 조회 93회 작성일 26-05-24 08:37본문
인생예찬(人生禮讚)
보라, 청춘이 아름답다 한들 그것이 어찌 생(生)의 전부이겠는가. 청춘이 뿜어내는 기운이 봄날의 흐드러진 벚꽃 같다면, 인생의 전체를 관조하는 지혜는 서리 맞은 가을 숲의 초연함과 같고, 한겨울 눈 덮인 침엽수의 강인함과도 같다.
인생! 그것은 듣기만 하여도 가슴이 웅장해지고, 피가 뜨거워지며, 눈시울이 시려 오는 신성한 대서사시이다. 인간의 역사에 쓰인 그 어떤 위대한 문장도 '살아간다'는 이 경이로운 실천만큼 장엄할 수는 없다.
청춘의 피가 끓는 달음박질이라면, 인생은 묵묵히 대지를 딛고 걷는 거룩한 발걸음이다. 청춘은 별을 바라보며 허공을 헤매지만, 인생은 그 별을 가슴에 품고 진흙탕 속에서도 길을 찾아낸다. 그리하여 인생은 아름답고, 위대하며, 찬란하다.
인생의 길은 결코 평탄한 화원(花園)이 아니다. 때로는 거친 비바람이 불고, 때로는 칠흑 같은 어둠이 앞길을 가로막는다. 슬픔과 상실, 좌절과 고독은 살아 있는 모든 자들이 치러야 할 필연의 세금이다. 그러나 보라, 인류의 위대한 유산들은 모두 어떤 토양에서 피어났는가.
베토벤의 귀를 막은 고통이 없었다면 저 불멸의 교향곡들이 대지를 흔들 수 있었겠는가.
밀턴의 두 눈을 가린 어둠이 없었다면 저 웅장한 낙원 상실의 서사시가 탄생할 수 있었겠는가.
고통은 인생을 파괴하는 괴물이 아니라, 인간의 영혼을 정련(精鍊)하는 거룩한 용광로이다. 환희만을 노래하는 삶은 가볍고 부서지기 쉬우나, 눈물 젖은 빵을 먹어본 삶은 바위처럼 견고하고 대지처럼 깊다.
상처 입은 조개가 끝내 영롱한 진주를 빚어내듯, 인간은 시련을 통과하며 비로소 완성에 가까워진다. 그러므로 우리는 고통 앞에서도 무릎 꿇지 않으며, 오히려 그 거친 파도를 타고 넘는 스스로의 집념을 예찬하지 않을 수 없다.
시간은 냉혹한 강물처럼 흘러 청춘의 푸른 잎사귀를 앗아가고, 이마에 깊은 주름을 새겨놓는다. 그러나 늙어감과 쇠해감은 종말이 아니다. 그것은 삶의 무수한 파편들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거대한 모자이크의 완성 과정이다.
젊은 날의 욕망과 번뇌가 썰물처럼 빠져나간 자리에 남는 것은 투명한 관조(觀照)와 깊은 혜안(慧眼)이다. 마치 노화가의 화선지 위에 채워지지 않은 여백이 더 큰 울림을 주듯, 인생의 황혼은 닫히지 않은 미완의 미학으로 더욱 빛난다.
마지막 한 획을 남겨둔 채 바람의 소리를 듣는 소나무처럼, 다 채우지 않았기에 영원히 열려 있는 여백. 그것이 바로 세월이 우리에게 선물하는 인생의 참된 전설이다. 시간은 우리의 육체를 낡게 할지언정, 끝내 타협하지 않고 자신만의 세계를 고수해 온 영혼의 불꽃마저 꺼뜨릴 수는 없다.
보라, 저 서쪽 하늘을 붉게 물들이는 낙조(落照)를! 아침의 태양이 찬란한 서곡이었다면, 저녁의 노을은 온 우주를 품어 안는 장엄한 피날레이다.
인생이라는 거대한 무대에서 우리는 누구나 자신만의 주연 배우이자 유일한 관객이다. 타인의 시선과 세상의 잣대는 흐르는 강물 위의 거품에 불과하다. 중요한 것은 내가 이 삶을 얼마나 정직하게 사랑했는가, 얼마나 치열하게 나만의 궤적을 그려왔는가 하는 점이다.
지구라는 작은 별에 잠시 머무는 동안, 우리는 은하수처럼 흐르는 무수한 인연을 만나고, 사랑을 하고, 때로는 눈물을 흘리며 저마다의 별자리를 새겨나간다. 이 얼마나 신비롭고 축복받은 여정인가.
그러므로 인생이여, 그대의 잔이 비록 쓸지라도 기꺼이 마셔라. 그대의 발걸음이 무거울지라도 멈추지 마라.
"인생은 살아내는 것 자체로 이미 승리이며, 영원히 닫히지 않을 거룩한 여백이다.“
가슴속에 식지 않는 불꽃을 품고, 저 광활한 운명의 대지를 향해 당당히 걸어가라. 그리하여 마침내 생의 마지막 페이지에 다다랐을 때, 후회 없이 미소 지으며 이 위대한 전설을 완성하라. 찬란하다, 위대하다, 오직 살아 숨 쉬는 인간의 인생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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