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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발무와 사마중달 [2탄 : 사선의 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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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피병두작가 댓글 0건 조회 40회 작성일 26-05-31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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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사선의 재회(再會)]


1. 죽음에서 돌아온 망령

낙양의 고월루에서 백발무의 무형검에 목을 베였던 사마중달은 죽지 않았다.

사마가문의 기문비술인 '체명환혼대법(替命換魂大法)'으로 심장을 우측에 두어

치명상을 피했고, 가문의 영약으로 기적처럼 목숨을 건진 것이었다.

그러나 대가로 그의 안색은 해골처럼 창백해졌고, 눈빛은 독사처럼 음산해졌다.

실패를 모르는 책략가에게 새겨진 단 한 번의 패배는 지독한 광증이 되어 그를 지배했다.

"백발무네놈의 의지가 내 계산을 깼다고 했더냐?

그렇다면 이번엔 그 의지의 뿌리마저 뽑아주마."

사마중달이 다시 움직였다. 그가 선택한 다음 전장은 백발무가 홀로 은거하며

()을 치료하고 있던 촉도(蜀道)의 험난한 협곡, '만검협(萬劍峽)'이었다.

사마중달은 이번에야말로 오차 없는 계산을 위해, 백발무가 고월루 전투 이후

내력이 온전치 못하다는 정보와 그 지역의 기후, 바람의 방향까지 완벽하게 파악한 채

만검협의 외길목을 차단했다.

백발무는 운명처럼 다시 마주한 사마중달의 서슬 퍼런 살기를 느끼며,

천천히 낡은 검을 쥐고 은거용 초가집 밖으로 걸어 나왔다.

바람에 흩날리는 그의 백발은 여전히 고고했으나, 이전보다 깊은 묵직함이 서려 있었다.

 

 

2. 천지인(天地人) 삼재(三災)의 덫

"살아 있었군, 사마중달. 네놈의 명줄이 질긴 것인가,

아니면 강호의 원한이 아직 끝나지 않은 것인가."

백발무의 목소리가 좁은 협곡 사이에 공명했다.

사마중달은 대답 대신 기괴한 웃음을 터뜨리며 손을 들어 올렸다.

"이번엔 자객 따위의 진법이 아니다. 하늘과 땅,

그리고 자연의 순리 자체를 너의 무덤으로 만들었다.

보아라, 삼재살진(三災殺陣)이다!"

사마중달이 손을 내리자, 협곡 위에서 거대한 암석들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지재, 地災).

동시에 사마중달이 미리 배치한 특제 화포들이 불을 뿜으며

협곡 전체를 순식간에 불바다로 만들었다(천재, 天災).

열기와 먼지, 쏟아지는 돌덩이 속에서 백발무는 디딜 땅조차 잃어버렸다.

인간의 힘으로는 도저히 대적할 수 없는 거대한 자연의 파괴력이 백발무를 덮쳤다.

사마중달은 협곡 정상에서 그 광경을 내려다보며 냉혹하게 소리쳤다.

"화포의 각도와 암석의 낙하 속도, 네놈이 피할 수 있는 모든 퇴로의 확률을 계산했다!

이번에야말로 죽여라!“

 

 

3. 절벽 위의 사투, 심검(心劍)의 진화

암석이 무너지고 불길이 치솟는 아수라장 속에서, 백발무의 신형이 허공을 갈랐다.

그는 쏟아지는 돌덩이들을 검 끝으로 살짝 건드려 그 반동으로 신형을 띄우는

가공할 만한 '도해신법(渡海身法)'을 펼쳤다.

전신의 내력이 온전치 못함에도, 그의 검은 여전히 정교하고 무거웠다.

백발무는 불길을 뚫고 사마중달이 있는 협곡 정상으로 단숨에 도약했다.

"허튼 발악을!"

사마중달은 이미 그 도선마저 예측하고 있었다.

그가 새로이 개량한 '신형 음양반'이 기이한 흑색 광막을 형성하며 백발무의 전면을 가로막았다.

고월루에서의 실패를 거울삼아, 사마중달은 백발무의 속도를 억제하기 위해

주변의 공기를 진공 상태로 만드는 '태극포공(太極捕功)'을 완성해 왔던 것이다.

공기가 사라지자 백발무의 신속(神速)이 눈에 띄게 둔해졌다.

검이 공기의 저항을 받지 않아 속도가 빨라져야 정상임에도, 사마중달이 뒤틀어버린

기류의 장막 때문에 검로가 사정없이 휘청였다.

사마중달의 심검이 백발무의 가슴을 향해 송곳처럼 파고들었다.

콰드득! 검과 기공이 맞부딪치며 백발무의 입에서 마침내 붉은 선혈이 울컥 쏟아져 나왔다.

 

 

4. 무심(無心)의 경지, 전설의 영면

"틀렸다, 백발무! 네놈의 몸은 이미 망가졌고, 속도는 제어당했다.

이번 계산에는 단 하나의 오차도 없다!"

사마중달이 승리를 확신하며 광포하게 외쳤다.

그러나 피를 흘리는 와중에도 백발무의 눈빛은 오히려 가라앉았다.

고월루에서 가졌던 '의지'마저도 지금 이 순간에는 내려놓았다.

승리하겠다는 의지, 살아남겠다는 집착마저 지워버린 완벽한 무심(無心)의 경지.

"사마중달너는 여전히 인간의 육체와 환경만을 계산하는구나.

무릇 검이란, 마음이 닿는 곳에 이미 존재하는 법이거늘."

백발무가 나직하게 읊조리며 검을 가볍게 내밀었다.

그것은 속도가 빠른 쾌검이 아니었다. 오히려 멈춰 있는 듯 느린 검로였다.

그러나 사마중달이 펼친 태극포공의 진공 장막이 그 느린 검 끝에 닿는 순간,

장막 자체가 스스로 붕괴하기 시작했다. 자연의 순리에 순응하며,

오히려 그 흐름을 타고 들어가는 무결점의 일격.

사마중달이 예측한 그 어떤 방위와 확률로도 이 텅 빈 검을 막아설 수 없었다.

스아아아.

바람소리와 함께 백발무의 검이 사마중달의 신형을 부드럽게 스쳐 지나갔다.

사마중달은 자리에 멈춰 섰다. 그의 눈에 서려 있던 광증이 씻은 듯이 사라지고,

지독한 허무함이 찾아왔다. 그의 가슴 한가운데, 우측에 치우쳐 있던

그의 진짜 심장이 정확하게 관통당해 있었다.

사마중달은 이번에야말로 자신의 완벽한 패배를 직감했다.

"마음마음을 계산하는 공식은없단 말인가……."

사마중달의 신형이 협곡의 깊은 절벽 아래로 힘없이 추락했다.

남겨진 백발무는 붉게 타오르는 협곡의 불길을 뒤로한 채, 묵묵히 서 있었다.

그의 백발 위로 만검협의 재가 눈처럼 내려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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