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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진객잔의 매화향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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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피병두작가 댓글 0건 조회 18회 작성일 26-06-08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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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진객잔의 매화향


밤비가 사선으로 대지를 그었다.

번뜩이는 번개와 함께 뇌성이 서안(西安) 변방의 낡은 객잔,

풍진객(風塵客)’의 지붕을 때렸다.

삐걱거리는 문을 열고 한 사내가 걸어 들어왔다.

사내의 전신은 칠흑 같은 흑포로 감싸여 있었고,

삿갓 아래로 드러난 턱선은 날카로웠다.

그의 왼손에는 낡은 천으로 칭칭 감긴 검 한 자루가 쥐어져 있었다.

객잔 안은 기묘한 침묵에 잠겼다.

서너 개의 탁자에 앉아 있던 거친 사내들의 시선이

일제히 새로 온 손님에게 쏠렸다.

그들의 허리춤에는 하나같이 도()와 검()이 매달려 있었다.

사내는 구석진 탁자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점소이가 바르르 떨리는 손으로 독한 죽엽청 한 병과

식은 고기 한 접시를 내왔다.

사내가 삿갓을 살짝 들어 올렸다.

매서운 눈빛이 인상적인 서른 안팎의 사내,

그의 이름은 혁련무(赫連武)였다.

불과 사흘 전, 강호 전체를 뒤흔든 '묵혈련(墨血連)의 보물 지도'

손에 넣은 뒤로, 그의 뒤에는 언제나 피비린내가 따라다녔다.

그때, 객잔의 문이 다시 한번 거칠게 열렸다.

두꺼운 외투를 입은 세 명의 무인이 들어섰다.

그들의 가슴팍에는 늑대 머리가 수놓아져 있었다.

서하(西夏) 지역을 피로 물들인 살수 집단,

'혈랑대(血狼隊)'의 고수들이었다.

객잔 안의 공기가 급격히 얼어붙었다.

 

혈랑대의 우두머리로 보이는 애꾸눈의 사내가

객잔 안을 천천히 훑어보았다.

그의 시선이 구석진 곳에서 묵묵히 술을 들이켜고 있는

혁련무의 왼손, 천으로 감긴 검에 머물렀다.

애꾸눈의 입꼬리가 비틀려 올라갔다.

"찾았다."

애꾸눈의 묵직한 목소리가 객잔의 침묵을 깼다.

"추혼검(追魂劍) 혁련무. 네놈이 감히 우리 주군이

찍어둔 물건을 가로채고도 살아남을 줄 알았더냐?"

혁련무는 대꾸하지 않았다.

그저 잔에 담긴 투명한 술을 입안으로 털어 넣을 뿐이었다.

그의 초연한 태도에 애꾸눈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이 시건방진 놈이……! 얘들아, 사지를 잘라 지도를 회수해라!"

애꾸눈의 명령과 동시에 좌우에 섰던 두 명의 살수가

번개처럼 신형을 날렸다. 그들의 손에서 서슬 퍼런 장도가 뽑혀 나왔다.

두 자루의 도가 만들어낸 백색의 도광(刀光)이 

혁련무의 목과 허리를 향해 쇄도했다.

스아아악!

공기를 가르는 파공음이 객잔을 채웠다.

그러나 혁련무의 신형은 이미 그 자리에 없었다.

!

두 자루의 도는 허공을 가르고 혁련무가 앉아 있던 탁자를

산산조각 내버렸다. 살수들의 눈이 경악으로 커졌다.

"어디를 보는 거냐."

귀신 같은 목소리가 그들의 등 뒤에서 들려왔다.

 

두 살수가 급히 몸을 돌리려 했으나, 혁련무의 손이 더 빨랐다.

혁련무는 검을 뽑지 않았다. 그저 천에 감긴 검집째로

앞에 선 살수의 가슴을 호되게 찔렀다.

!

둔탁한 소리와 함께 살수 한 명이 가슴뼈가 함몰되며 벽까지 날아가 처박혔다.

그는 비명 한 마디 지르지 못하고 피를 토하며 절명했다.

남은 한 명이 비명을 지르며 도를 가로로 휘둘렀다.

횡소천군(橫掃千軍)의 초식이었다.

혁련무는 가볍게 몸을 뒤로 젖히며 도 끝을 피한 뒤,

그대로 오른발을 뻗어 살수의 턱을 걷어찼다.

!

턱뼈가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천장까지 솟구쳤던 살수가

바닥으로 널브러졌다. 순식간에 두 명의 고수가 시체로 변했다.

"과연 명불허전이군."

애꾸눈이 이를 갈며 앞으로 걸어 나왔다.

그의 손에는 거대한 참마도(斬馬刀)가 들려 있었다.

내공이 주입되자 참마도의 칼날이 웅웅거리며 검은 기운을 뿜어냈다.

"하지만 나 혈랑대주 독고언(獨孤言)의 도는 저 피라미들과 다르다!"

독고언이 바닥을 박찼다. 객잔의 바닥 무 무더기가 통째로 뜯겨 나가며

그의 신형이 폭풍처럼 몰아쳤다. 참마도가 위에서 아래로,

혁련무의 머리를 두 쪽 내기 위해 무서운 기세로 떨어졌다.

   

(2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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