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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꿀이 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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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빵이빵소이 댓글 9건 조회 1,944회 작성일 21-02-05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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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시가 넘어서 지방에 있는 친구가 연락이 왔었다

좀 재워 줄 수 있냐고

뭐 어렵나

 

그 땐 좀 바빠서 집에서 조리를 할 여유가 없었기에

재료가 아무것도 없었다

바로 옷 걸치고 나갔다

기차역 근처였기에 자정까지 열린 구멍가게(보통 아랍가게라 부른다)가 있었다

 

겨울에 습도가 높으면 뼛속까지 시리다

차라리 영하 10 도 이하로 내려가도 건조한 날씨는 견디기 쉽다

나는 그렇다

벌벌 떨면서 와인 몇 병에 이것저것 안주 거리를 사왔다

 

객지 생활에 모두가 그랬겠지만

그 친구는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어두운 그림자가 얼굴에 역력했다

들어주고 나도 떠들고 하다 보니

밤이 깊었었다

 

라면도 없나?”

 

아 탄수화물이 땡기는구나

게다가 얼큰한 거면 더 좋겠지?

 

자취생활 관록은 있었지만

뭐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어 보였다

상상력에 의존할 수 밖에...

 

찬장을 열어 봤다

스파게티 면이 보이고

참치 캔이 하나

고춧가루 약간 고추장 (생선)간장

그리고 좀 전에 가게에서 산 쏘세지가 있었다

 

쑤발 오케이?’

 

일단 스파게티 면을 끓여서 건져야 하는데

귀찮아서 그냥 작업을 했다

(처음에는 면을 건져서 재료들 넣고 덖어볼까 생각했었다)

 

물이 줄어들 쯤에 일단 참치 캔을 까서 넣고

고춧가루 고추장 그리고 쏘세지까지 넣었다

마지막으로 간장으로 간을 보고.

 

지켜보던 친구는 반신반의에서

후각적인 자극에 약간은 인상이 펴지는 듯했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생전 첨 해보는 족보 없는 음식인데

 

양은 엄청 많았다

밥솥을 기준으로 한다면 대략 6 인분 정도?

국물은 거의 없었으니 그 양이 짐작이 되리라

비쥬얼은 영판 꿀꿀이 죽이었다

 

둘이 방바닥에 앉아서 마트 전단지를 깔았다

나야 원래 음식을 천천히 먹어서 그랬을까

그 친구가 훨씬 많이 먹었다

배고프면 체면이고 뭐고 없지 암~’

 

이마에 땀이 흐를 정도여서 먹는 도중에 창을 활짝 열었다

한 겨울의 찬바람이 상쾌했다

 

남자 둘이서 그 조그만 방에서 꿀꿀이 죽

맛있다고 먹었던 장면은 살풍경이었으리라


뭐 그래도 그 땐 먹을 만했었다

그렇게 허전했던 속을 채우고

남은 와인을 모두 마시고 잤다

배고프면 잠도 않오잖아~ 

 

그 친구는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귀국했다

그러고는 연락이 끊어졌다

어딘가에 살고 있겠지?



추천5

댓글목록

이쁜달 작성일

술 잔뜩 마시고 끝판에 밥으로 마무리 하면 담날 거뜬 하니더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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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빵썸녀패닝 작성일

ㅋ  울아빠가 꼭 술 드시고 오셔서 밤 12시에 밥타령 ㅋㅋ
시방 울아빠 배  남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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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쁜달 작성일

안주 잘 안먹는 사람이 나중에 헛헛 하니까 밥 찾는거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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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빵썸녀패닝 작성일

마즈야 ㅋ 울아빠 술배밥배만 나왔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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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이빵소이 작성일

건진국수가 있고
그냥 걸쭉하게 삶는 칼국시가 있죠
전 걸쭉한 거 선호

콩가루 넣어 반죽한 칼국시 맛있는데...

*꼭 밤에 술 먹고 밥 찾는 사람들 있어요
잘 안먹어지긴 하는데  아침에 좀 낫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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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쁜달 작성일

나두 걸죽한 칼국시에 한표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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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빵썸녀패닝 작성일

흐규 연 끊언진건 찾을필요도 음따!

타향서  느그들 고생 많았겠시야
그저 춥고 외로울땐 고향음식이 땡기는디
음식의 위로가 대단하지야

빵이 요리솜씨 좋군하~~
쑤발 오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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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이빵소이 작성일

음식으로 위로 받는 게 아니라
그 되도 않은 음식을 위로해야 할 듯
사람 잘못 만나서 고생이 심했다고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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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빵썸녀패닝 작성일

그려서 시방 쑤발 오케이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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